집지어서뭐할래

Chapter 0. 왜 하필 집...

즐겁도다 2021. 10. 6. 20:18

앞으로 집을 지을 예정이다. 지어볼 예정이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굳이 왜 지금??? 이 시기에???

나도 왜 내가 지금 이 시점에 집을 지으려고 마음을 먹었는지 잘 모르겠다. 한마디로 딱 잘라서 이유를 말하기가 쉽지 않다.

수원에서의 생활과 포항으로 내려와서 지내는 시간동안 항상 "집"이라는 주제에 대해 아내와 대화했고 의논해왔으며 같이 울며 웃으며 지내왔다. 

"내 집은 도데체 어디에 있을까?" 라는 질문 부터 "집값은 왜 이렇게 오르기만 할까" 라는 질문까지 정말 수많은 질문들을 해왔던 것 같다.

오르기만 하는 집값을 바라보며 삶에서 집이 주는 의미가 도데체 무엇일지 생각했었다. 

그리고 최근에 우리 가족은 얘기를 꺼냈다. 

"땅을 사서 집을 지어보자" 

 

그리고...말했다.

"잘 팔수있는 집을 사지 말고 잘 살수있는 집을 짓자"

10년이고 20년이고 고쳐가며 잘 살수 있는 우리들의 집을 갖고 싶었다.

작든 크든 형편에 맞게 땅을 사서 그 위에 우리의 기반을 닦아서 지내고 싶었다.

아이들이 커서 집을 떠나도 언젠가 다시 반갑게 돌아와 자기 방에 누웠을 때, 어렸을 적 추억을 여자친구나 결혼을 했다면 며느리들과 오손도손 나눌 수 있는 그런집...

소박하지만 그 집 안에 있는 추억들은 결코 소박하지 않은 그런 집...

따뜻함을 간직할 수 있는 그런집...

 

가족과 함께 늙어가고 가족과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그런 잘 살아갈수 있는 집을 지어보고 싶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파트로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아파트가 나이가 들어가는 것과 내가 지은 집이 나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차원이 다른 현상인 것 같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시작해봤다.

왜 하필 집...

 

집을 지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다. 돈도 부족하고 시간도 부족하다. 부족한 것 투성이인 삶에 과연 내가 집을 지어서 가족과 살아갈 수 있을지 매 순간순간 고민한다.

그 순간의 고민이 모여서 고만고만한 집이 나올것으로 믿는다. 

 

앞으로 집을 지으면 챕터가 늘어가겠지

챕터가 늘어가면 언젠가 영상으로 제작해 보고 싶다.